선교지

김영민 선교사 | 미얀마 | 2025년 3월 선교 소식

NJBPC 2025. 3. 5. 08:07

"왜 그유나여야 하는가?"

오늘, 그유나 학교의 종강식이 있었습니다. 외딴 빠오족 마을의 대나무 숲에서 시작된 이 학교가 어느덧 4년째를 맞이하는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정글에서 검붉게 거슬린 얼굴로 자식을 보기 위해 달려온 피난민 어머니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지난 3년 동안 고향을 빼앗긴 채 남의 마을에서 떠돌며 살았습니다. 견딜 만하면 공습이 덮쳤고, 다시 짐을 싸야 했습니다. 마을에서 정글로, 그리고 더 깊은 정글로 밀려났습니다. 아프면 참아야 했고, 병들면 그저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학부형들이 검문과 위험을 무릅쓰고 어렵사리 종강식에 오셨습니다. 눈물 나게 반가웠습니다.

이번 종강식은 매일을 그저 살아내야 했던 그분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습니다. 소망 없이 살던 그 마음에 다시 소망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자식들은 그분들이 다시 살아가야 할 이유였고, 하루도 버텨낼 수 없을 것 같던 정글에서 지금까지 55가정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이었습니다.

그 학부형들과 며칠간 함께 지내며 감사의 예배를 드렸습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여기까지 무사히 도착해, 그유나와 함께 예배할 수 있음에 하나님께 감사하다." 라고 고백할 때, 그 단순한 감사의 고백이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지난 세월, 오직 주님만 바라봐야 했고,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던 시간 속에서 주님만 붙들고 살아야 했던 나날들. 가난한 마음이야말로 복된 마음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감사할 제목이 사라진 줄만 알았는데, 돌아보니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의 자녀들이 이렇게 자라 있었습니다.

"그래, 이 엄마는 이제 고마 됐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아버지의 손길을 발견하고, 그 사랑 안에서 어머니는 그저 행복할 뿐이었습니다.

아수라장 같은 병원에서 링거를 빼버리고 종강식에 달려온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현재 미얀마의 병원들은 의료 시스템이 무너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의사들은 불의한 정권을 피해 떠난 지 오래이고, 남겨진 사람들은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한 채 병원 바닥에서 죽어갑니다. 덩그러니 이름 모를 약봉지만 손에 쥔 채 하나둘씩 우리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한 어머니가 딸의 종강식을 꼭 보고 싶다며 간절히 요청하셨습니다. 그유나는 그분을 병원에서 직접 모셔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엄마!" 라는 병풍 앞에서 발표하는 딸의 모습은 세상을 다 얻은 듯 자신만만했습니다. 어머니는 눈물이 마르지 않았습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그래, 이거야!" 라고 제게 속삭이시는 듯했습니다.

쓰레기 산에서 생활하시는 부모님들도 오셨습니다. "종강식에 갈 차비가 없다." 하셔서 그유나가 직접 모셨습니다. 쓰레기를 태우는 악취와 함께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에 타다 남은 부지깽이처럼 마른 몸, 그 속에서도 가진 것 중 가장 깨끗한 옷을 차려입고 딸의 종강식에 오신 어머니. 그러나 딸은 숫덩이 같은 이 어머니가 사람들 앞에 부끄럽습니다.

비록 쓰레기를 뒤지며 살아가지만,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꿋꿋이 버텨내는 어머니. 하지만 딸이 그 가치를 깨닫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들 앞에서 그렇게 주눅 들어 있던 이 딸이 정작 어머니와 이야기할 때는 누구보다 자신만만하고 당당했습니다. 역시 엄마의 품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한없는 부러움으로 바라보는 고아 한 명 한 명이 우리 선생님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며칠간의 종강식을 마치고, 정글로 돌아가는 부모님들의 보따리에 요셉의 마음으로 돈과 약품, 생활 필수품을 가득 채워 넣었습니다.

"산꼭대기로 올라가면 와이파이가 터진다 하니, 꼭 소식 전해주세요.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백했습니다.

"당신의 자녀는 진실로 온 천하보다 귀합니다.
당신의 자녀는 하나님의 명예이며, 우리의 자랑입니다."

그 순간, 부모님들은 주님의 형상을 보셨습니다.

그유나 역시 이 고백을 통해 깨닫습니다.

"그 많은 학교들 중에 왜 그유나여야 하는가?
그 많은 선생님들 중에 왜 우리 선생님들이어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증거해주신, 너무도 행복한 종강식이었습니다.

오늘도 생명을 걸 만한, 가슴 뛰는 아이들과 일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찬송을 올립니다.

그유나는 이 길을 계속 걸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더 자라날 것입니다.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이 광야를 지나며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해도 괜찮고, 천국에 이르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맡겨주신 이 아이들이 하나님의 명예로 자라난다면, 우리의 청춘은 거름이 되어 그유나는 사라질 것입니다.

그 사랑이 흘러넘쳐,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되어 다시 그유나에 울려 퍼질 것입니다.

"엄마 한숨은 잠자고, 아빠 주름살 펴져라~" (음표)"

미얀마여, 행복하소서!

여러분의 답장 내용들은 그유나 식구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유나를 위해 함께 해 주시는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그유나 공동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