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장혜경(은지, 새일) 선교사 선교 편지(105호)
나이가 지긋하신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1999년 코소보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지나간 세월을 회상하다 보면 전쟁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전쟁 당시 알바니아에 머물면서 전쟁을 피해 온 코소보 알바니아인 난민들을 도왔다는 이야기를 나누면, 그분들은 당시 자신들이 겪었던 끔찍한 경험을 하나둘 꺼내 놓으신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고, 그때의 아픔이 아직도 마음속 깊이 남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그분들은 종종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때 내가 살아남은 것은 신께서 지켜 주셨기 때문이지요.” 죽음의 문턱에서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졌던 경험을 떠올리며,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신의 보호하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 고백을 들을 때면 나 역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대화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분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님께서 그들의 생명을 지켜 주신 데에는 앞으로 그들에게 복음을 들려주시려는 뜻도 있으리라는 믿음을 품게 된다. 부족한 나를 통해서라도 그들이 예수님의 복음을 듣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아닐까 생각하면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든다. 물론 그분들이 아직 예수님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감사하게도 이러한 만남과 대화를 통해 예배에 참석하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금 당장 믿음의 열매가 맺히지 않더라도, 복음을 듣고 예배의 자리에 나오는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전쟁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는 이 땅에서, 과거의 아픔을 나누는 만남이 복음의 씨앗을 심는 통로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삶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가운데 하나님의 사랑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그 씨앗이 자라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고, 마침내 믿음으로 나아오는 귀한 열매를 맺게 되기를 기도한다.(선교 일상)

동역자님 안녕하세요?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휴가를 맞아 여러 나라에서 고향을 찾았던 사람들로 북적이던 도시는 이제 다시 정적을 찾았고, 이곳에 머무는 저희도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일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고향을 방문했던 몇몇 분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어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바람이 선선해진 만큼, 앞으로 더 자주 현지인들을 만나며 주님께서 베푸실 은혜를 기대하고자 합니다. 동역자님의 삶과 사역 가운데도 주님의 은혜가 풍성히 임하여 기쁨의 열매가 가득하기를 기도하며, 올해의 네 번째 소식을 전합니다.
여름 캠프
10년이 넘도록 코소보를 섬겨 온 빌립보교회에서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코소보를 방문하여 여름 어린이 캠프를 진행했습니다. 올해도 오전에는 저희 교회에서, 오후에는 집시 선교사인 블랜디 선교사의 사역지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감사했던 것은 아이들에게 직접 초대장을 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에게 초대장을 전달하며 자녀들을 캠프에 보내 달라고 부탁했는데, 실제로 아이들이 캠프에 와서 말씀을 듣고 돌아갔다는 것입니다. 비록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복음을 듣기 어려운 이곳의 아이들이 젊은 기독 청년들과 함께 먹고 놀며, 그들이 전하는 예수님의 복음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무엇보다 아름답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큰 헌신과 순종으로 이곳까지 찾아와 사랑을 나누어 주신 선교팀원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복음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이곳의 아이들이 예수님을 알아 가고, 믿음 안에서 자라 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교회 상황
이번 여름, 저희는 몇 년 동안 원인을 알 수 없었던 교회의 침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게 되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땀 흘리며 씨름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교인 중 한 분이 가톨릭 신자들이 주도하는 이슬람 포기 운동의 영향을 받아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다른 교인들에게도 이 운동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사실을 저희만 모른 채 1년 반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희는 어느 순간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교회의 주중 모임이 이상하리만큼 활기를 잃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도하며 교인들을 권면하고 여러 가지 개선점을 찾으려 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저희는 교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러던 중 해당 교인이 다시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감추어져 있던 문제가 드러나면서 교회의 침체를 가져온 핵심적인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고,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어려움이 남아 있지만, 감사한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교인들이 올바른 믿음을 갖기 위해 일대일 성경공부에 더욱 힘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를 통해 교회가 다시 말씀 위에 굳게 서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교회가 성경이 가르치는 참된 믿음 위에 굳게 서고, 오직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만을 기쁘시게 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한국에서 온 차를 등록하다
그동안 기도를 부탁드렸던 차량이 한국에서 이곳 코소보까지 무사히 도착하여 드디어 코소보 번호판을 달았습니다. 처음으로 승용차를 타다 보니 그동안 미처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을 누릴 때마다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차량이 준비되기까지 기도와 물질로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보내 주신 사랑과 섬김을 잊지 않고, 이 차량이 코소보에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섬기는 일에 귀하게 사용되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오랫동안 정들었던 승합차는 알바니아에서 교회 사역을 하고 계시는 한 알바니아인 목사님께 선물처럼 전달되었습니다. 새로운 법규로 인해 정든 차량을 더 이상 이곳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처분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 차량이 알바니아에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섬기는 일에 계속 사용될 것을 생각하니 아쉬움은 감사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와 함께했던 차량이 이제는 다른 사역자의 손길을 통해 또 다른 곳에서 복음을 전하는 도구로 쓰이게 된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새 차량을 마련하는 과정부터 기존 차량을 전달하기까지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기도로 함께해 주시고, 귀한 물질로 섬겨 주시며, 마음을 모아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장선교사의 한국방문
장 선교사는 2년 전 진단받은 직장 유암종의 정기 검진과 부인과 문제로 잠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여름에 드러난 교회 문제를 수습하느라 한국에 갈 상황이 아니었지만, 갑작스러운 하혈로 현지 병원을 다녀온 후 급히 한국 방문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두 가지 검사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장 선교사는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뵙고, 어머니께서 급속히 연로해지신 모습을 직접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이번 방문이 94세의 어머니와 자신을 위한 하나님의 선물이었음을 깨달았다며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했습니다. 이번에 많은 후원자님을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장 선교사를 격려해 주시고 따뜻하게 섬겨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장 선교사가 앞으로도 건강을 잘 관리하고, 약해진 관절들도 잘 회복하여 맡겨 주신 사역을 건강하게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아이들 소식
은지는 스스로 돈을 벌면서 자신이 원하는 공부도 이어 가고 있는 열정적인 신자로서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독일의 한 선교단체에서 견습생 두 명을 돌보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 일을 결정하기 직전, 드디어 기숙사를 나와 자신이 원하던 좋은 조건의 개인 방을 얻었다며 무척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지난여름 봉사했던 선교단체로부터 이 일을 제안받자, 개인적인 생활에 대한 미련 없이 다시 세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자신의 편안함보다 섬김의 기회를 먼저 선택한 은지의 헌신을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아 주시고, 이 일을 통해 은지의 믿음이 더욱 성장하도록 은혜 베풀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새일이는 드디어 신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독일에 남아 꾸준히 언어를 준비해 온 보람이 있는지, 개학 후 공부가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언어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것을 무척 만족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비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체류 허가 종료 하루 전에 다시 체류 허가증이 나와서 계속 독일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일이가 학업을 잘 감당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또한 어려운 신학을 공부할 때 하나님의 말씀과 가르침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고, 배운 내용을 성경에 비추어 올바르게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하나님께 구하는 학생이 되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식월 계획
저희 부부는 내년에 안식월을 갖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 안식년을 가진 이후, 매년 건강검진을 위해 1~2개월 정도 한국을 잠시 방문한 것 외에는 제대로 쉼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안식월을 갖고 주님 안에서 쉼과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자 합니다. 그러나 안식월을 갖기 위해서는 여러 여건이 함께 마련되어야 하는 만큼, 적절한 시기를 잘 분별하고 필요한 여건들이 순조롭게 갖추어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님께서 모든 과정을 인도해 주셔서 온전히 쉼을 누리고 새 힘을 얻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동역자님
요즘 이곳 시장에 가 보면 가을이 선물한 다양한 열매들로 가득합니다. 풍성하게 쌓인 과일과 채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역 가운데 기대했던 만큼 영적인 열매가 맺히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모든 순간에 하나님께서 저희의 걸음을 인도해 주셨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지난 시간 동안 함께 기도하며 사역의 걸음을 함께해 주신 동역자님이 계셨기에 이곳에서 맡겨진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기도로 함께해 주시고, 변함없는 사랑과 관심으로 동행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동역자님의 삶에도 주님의 은혜와 평강이 늘 함께하시기를 바라며, 가정과 일터를 비롯한 모든 삶의 자리에서 주님이 주시는 힘과 지혜로 승리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이 가을에 주님 안에서 함께 걸으며, 하나님께서 맺게 하실 귀한 열매들을 기대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2026년 10월에
이성민, 장혜경(은지, 새일) 드림
기도 제목
1. 일대일 성경 공부를 통해서 신자들의 믿음이 자라 헌신하는 삶을 살도록
2. 선교사 비자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것이 더 이상 합법적이지 않아 도장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에트닉이 태권도장 운영에 대한 마음을 갖고, 이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며 교회를 섬기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헌신하도록
3. 12월에 대구 동신 교회팀과 어린이 캠프를 하려고 하는데, 준비와 진행에 순조로울 수 있도록
4. 내년에 안식월을 가질 수 있도록
5. 은지와 새일이가 믿음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각자에게 주어진 삶과 사명을 믿음으로 감당하도록
6. 이 선교사의 소화불량과 목소리 잠김 증상이 호전되고, 장 선교사의 어깨와 고관절 통증이 완화되어 부부가 건강하게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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